"1,700만 원이나 싸다고?" 포드가 유럽 생산 포기하고 '메이드 인 차이나' 택한 이유
전 세계 상용차 시장의 절대 강자 포드(Ford)가 전동화 전환을 위해 전례 없는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2026년 3월 26일(현지시간), 포드 프로(Ford Pro)는 유럽 시장을 겨냥한 다섯 번째 전기 밴 라인업인 '트랜짓 시티'를 공개했는데요.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은 포드가 자체 개발한 것이 아니라, 중국의 합작 파트너사인 JMC(Jiangling Motors Corporation)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중국 현지에서 생산된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유럽 브랜드들은 자국 내 생산을 고집해 왔지만, 전기차의 높은 생산 단가 때문에 디젤차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실제로 기존 유럽 생산 모델인 E-트랜짓 커스텀은 독일 기준 약 1억 원에 달하는 고가로 형성되어 보급에 한계가 있었죠.
포드는 이 '가격의 벽'을 깨기 위해 결국 중국 생산이라는 실용적인 노선을 택했습니다. 약 1,700만 원(1만 유로) 이상의 가격 인하 효과를 노린 포드의 결단, 그 내막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유럽 생산의 한계 돌파 가격 거품 걷어내기 위한 중국행
포드가 중국 JMC와의 협업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현재 유럽 전기 밴 시장은 높은 차량 가격 때문에 보급률이 11%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여전히 디젤 차량이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자영업자와 물류 업체들에게 '비싼 전기차'는 아무리 친환경적이라 해도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였죠. 포드 프로 유럽의 책임자인 한스 솁은 "고객의 니즈는 단순하다. 전동화 전환을 위해서는 가격을 더 낮추고 매력적인 선택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랜짓 시티는 중국 내수용 모델인 'JMC 투어링 EV'를 기반으로 하지만, 포드 특유의 디자인 언어와 안전 사양을 덧입혔습니다. 중국 생산을 통해 인건비와 부품 공급망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덕분에, 관세와 물류비를 포함하더라도 기존 유럽산 모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 책정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는 단순히 비용 절감을 넘어, 전기 화물차의 대중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포드의 생존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용성에 집중한 하드웨어 56kWh 배터리와 254km 주행거리
트랜짓 시티는 화려한 성능보다는 도심 물류(Last-mile delivery)라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게 설계되었습니다. 차량 바닥면에는 56kWh 용량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탑재되었습니다. NCM 배터리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화재 안정성이 높은 LFP를 택한 것 역시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과입니다.
WLTP 기준 주행거리는 약 254km로, 하루 평균 100km 내외를 주행하는 도심 배달용으로는 충분한 수준입니다.
충전 성능 또한 실용적입니다. 최대 87kW(평균 67kW)의 DC 급속 충전을 지원해, 약 30분 만에 배터리의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습니다. 110kW(약 150마력)의 전륜 구동 모터는 최대 1,275kg에 달하는 무거운 짐을 싣고도 도심 오르막길을 무리 없이 주행할 수 있는 즉각적인 토크를 제공합니다. 불필요한 고성능 대신 '가성비'에 집중한 스펙 구성이 돋보입니다.
화물차의 본질 적재 능력과 스마트한 실내 구성
트랜짓 시티는 총 3가지 바디 스타일(L1H1, L2H2, 섀시 캡)로 출시됩니다. 가장 큰 L2H2 모델의 경우 최대 **8.5입방미터(㎥)**의 적재 공간과 3,000mm가 넘는 적재 길이를 확보해 유럽 표준 규격인 유로 팔레트 3개를 동시에 실을 수 있습니다. 특히 포드 최초의 1톤급 전기 섀시 캡 모델은 특장차 업체들이 냉동차나 박스카 등으로 개조하기 용이하도록 설계되어 활용도를 극대화했습니다.
실내에는 12.3인치 대형 터치스크린과 포드의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SYNC 4가 탑재되었습니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는 물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보조, 긴급 제동 시스템 등 필수적인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기능을 기본 사양으로 갖췄습니다.
"중국산이라 사양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운전석 열선 시트와 키리스 스타트 등 한국과 유럽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편의 장비도 꼼꼼히 챙겼습니다.
유지비 40퍼센트 절감 디젤 화물차 시대의 종말을 예고하다
포드에 따르면, 트랜짓 시티와 같은 전기 밴을 운용할 경우 기존 디젤 모델 대비 유지 보수 비용을 최대 40%까지 절감할 수 있습니다. 내연기관보다 부품 수가 적고 소모품 교체 주기가 길기 때문이죠. 포드는 이번 모델을 통해 '전기차는 비싸다'는 인식을 깨고, 총 소유 비용(TCO) 측면에서 디젤차보다 확실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계획입니다.
2026년 하반기 유럽 배송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가는 트랜짓 시티는 포드가 상용차 시장에서 어떤 혁신을 꿈꾸는지 보여주는 이정표와 같습니다. "결국 중국산인가"라는 비판보다는 "현실적인 대안이 나왔다"는 시장의 기대감이 더 큰 상황입니다. 글로벌 브랜드의 신뢰도와 중국의 생산 효율성이 만난 이 차가 과연 도로 위 디젤 트럭들을 얼마나 빠르게 대체해 나갈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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