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하는 퍼스트 클래스의 비극? 월 40대 팔리는 렉서스 LM, 강남 아빠들도 외면했나



국내 미니밴 시장은 오랫동안 기아 카니발이 독점하다시피 해온 영역입니다. 가족 중심의 패밀리카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카니발은 대체 불가능한 선택지였고, 그만큼 강력한 점유율을 자랑해왔습니다. 그런데 이 견고한 시장에 렉서스가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업계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렉서스라는 브랜드가 가진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정숙함이 미니밴과 만났을 때 어떤 시너지를 낼지 많은 이들이 주목했기 때문입니다. 출시 전부터 이제 카니발의 독주는 끝났다거나, 진짜 부자들을 위한 미니밴은 이런 것이라는 찬사가 쏟아지며 호기로운 출발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렉서스가 야심 차게 내놓은 초호화 미니밴 LM의 성적이 기대에 훨씬 못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시 당시의 요란했던 홍보와 대조적으로, 실제 도로 위에서 LM을 마주치기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입니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2억 원에 육박하는 몸값을 자랑하며 이동하는 퍼스트 클래스를 표방했던 렉서스 LM이 한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를 냉정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월평균 40여 대의 처참한 성적표, 카니발 킬러의 씁쓸한 자화상

렉서스 LM이 국내에 상륙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소비자들은 카니발 하이리무진의 강력한 대항마가 나타났다며 환호했습니다. 특히 의전용 차량이나 전문직 종사자들 사이에서 럭셔리 미니밴에 대한 갈증이 컸기에, 렉서스 LM은 그 틈새를 정확히 파고들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제 판매 데이터는 냉정했습니다. 현재 렉서스 LM의 월평균 판매량은 약 40여 대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는 대중적인 브랜드의 판매량과 비교하면 사실상 존재감이 미미한 수준이며, 렉서스 코리아 내부에서도 예상했던 목표치에 크게 미달하는 수치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렉서스가 LM을 통해 카니발처럼 수만 대의 판매량을 노린 것은 아닐 것입니다. 처음부터 타겟층이 명확했고 가격대 또한 일반적인 패밀리카의 범주를 한참 벗어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소수를 위한 럭셔리 모델이라 하더라도, 월 40대라는 숫자는 한국 시장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 성공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한 성적표입니다.

특히나 강남권 아빠들이나 법인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던 기대와 달리,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비중이 낮다는 점은 렉서스에게 뼈아픈 대목입니다. 2억 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할 만큼의 확실한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증명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2억 원이라는 심리적 마지노선, 카니발과는 체급 자체가 달랐다


사실 렉서스 LM과 기아 카니발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습니다. 두 차량은 미니밴이라는 카테고리만 공유할 뿐, 지향하는 가치와 가격대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기아 카니발은 철저하게 가족 중심의 패밀리카로서 공간 활용성과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정비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차량입니다.

반면 렉서스 LM은 4인승 구조를 기본으로 하는 초호화 의전용 차량에 가깝습니다. 실내에 탑재된 48인치 대형 디스플레이와 파티션, 냉장고 등은 패밀리카보다는 이동형 라운지나 사무 공간에 어울리는 구성입니다.

가장 큰 장벽은 역시 가격입니다. 렉서스 LM의 가격은 약 1억 9,600만 원부터 시작하여 옵션에 따라 2억 원을 훌쩍 넘깁니다. 이는 카니발 하이리무진 풀옵션 모델을 두 대 이상 살 수 있는 금액입니다. 일반적인 가계 경제 관념에서 미니밴 한 대에 2억 원을 태우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비슷한 가격대에 선택할 수 있는 벤츠 S클래스나 레인지로버 같은 쟁쟁한 플래그십 세단 및 SUV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굳이 미니밴 형태의 LM을 선택해야 할 명분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카니발을 잡겠다는 세간의 기대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과장된 희망 사항이었던 셈입니다.

법인차 전용 번호판 도입과 럭셔리 미니밴의 불운한 타이밍

렉서스 LM이 고전하는 또 다른 외부적인 요인으로는 법인차 전용 번호판 제도의 시행을 꼽을 수 있습니다. 8,000만 원 이상의 고가 법인 차량에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게 되면서, 과거처럼 법인 명의로 고가의 럭셔리카를 뽑아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행태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렉서스 LM의 주요 수요처가 법인이나 의전용임을 감안할 때, 연두색 번호판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구매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큽니다. 시선을 끄는 연두색 번호판을 달고 골프장이나 학원가를 드나드는 것에 부담을 느낀 자산가들이 LM 대신 상대적으로 눈에 덜 띄는 차량으로 선회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렉서스 LM은 차 자체의 상품성은 훌륭할지언정, 한국 시장의 특수성과 타이밍이라는 벽에 가로막힌 형국입니다. 카니발을 압도할 것으로 기대했던 최첨단 편의 사양들도 2억 원이라는 가격표 앞에서는 빛이 바랬습니다. 렉서스 LM이 한국에서 실패한 차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대중적인 흥행과는 거리가 먼 극소수의 VIP만을 위한 상징적인 모델로 남을 확률이 커졌습니다.

도로 위에서 가끔 마주치는 LM의 희귀함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판매량 증대를 노려야 하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뼈아픈 현실임에 틀림없습니다. 렉서스가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고 럭셔리 미니밴의 가치를 다시 세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